**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보수정치행동회의)**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 정치 행사 중 하나로, 보수 정치인, 활동가, 학자, 언론인, 일반 시민들이 모여 보수적 이념과 정책을 논의하는 연례 컨퍼런스다. CPAC은 1974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이후 미국 보수 진영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CPAC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도 개최되며, 글로벌 보수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1. CPAC의 역사와 발전 과정
(1) 창립과 초기 발전 (1974~1980년대)
CPAC은 1974년 미국보수연합(ACU, American Conservative Union)과 영 리퍼블리컨스(Young Republicans)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면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행사에는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기조연설을 맡았고, 이는 그가 미국 보수진영에서 중요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 CPAC의 주요 목표는 보수적 가치(작은 정부, 감세, 강한 국방, 반공주의 등)를 강화하고, 미국 정치에서 보수주의의 입지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특히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출범 이후 CPAC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으며, 보수주의 정책이 공화당의 핵심 노선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 확장과 공화당 내 영향력 강화 (1990년대~2000년대 초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CPAC은 미국 보수 진영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매년 보수 정치인들이 참석해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자리로 활용되었으며, 특히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시절(2001~2009년)에는 공화당 내에서 CPAC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었다.
이 시기 주요 이슈는 감세 정책, 작은 정부, 강한 국방 정책(테러와의 전쟁), 가족 가치 보호 등이었으며, 보수 진영에서 대법원 판결 및 사회적 이슈(낙태, 총기 규제, 동성결혼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이 논의되었다.
(3) 티파티 운동과 보수주의의 변화 (2010년대 초반)
2010년대 초반, CPAC은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티파티 운동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의 정부 개입 확대(오바마케어, 금융 규제 강화 등)에 반발하여 등장한 보수 성향의 정치 운동이다. 이 운동은 작은 정부, 감세, 자유 시장 경제를 강하게 주장했으며, CPAC에서 활발히 논의되었다.
2010년 CPAC에서는 티파티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인 세라 페일린(Sarah Palin), 랜드 폴(Rand Paul) 등이 연설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시기 CPAC은 공화당 내에서 전통적인 보수주의와 급진적인 자유주의 성향(리버테리언) 간의 갈등이 부각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2. CPAC과 도널드 트럼프 시대 (2016년~현재)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CPAC의 성격은 크게 변화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도부가 아닌 트럼프 지지 세력이 중심이 되었으며, CPAC은 트럼프의 정책과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무대가 되었다.
(1) 트럼프와 CPAC의 관계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CPAC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2011년 CPAC 연설에서 정치계에서의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도 매년 CPAC에 참석해 강경 보수 정책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 강조: 보호무역, 반이민 정책, 국방 강화
• 미디어 비판: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비판하며 보수 성향 미디어를 지지
• 공화당 내 반대 세력 배척: 기존 공화당 주류(네오콘, 온건 보수파)를 비판하며 자신의 정치 노선을 강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떠난 이후에도 CPAC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으며, 2021년과 2023년에도 트럼프는 CPAC 연설에서 2024년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2) CPAC과 트럼피즘(Trumpism)
트럼프 이후 CPAC은 전통적인 보수주의에서 트럼피즘(Trumpism)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 반이민 정책 강화
• 반세계화 및 보호무역 정책 지지
• 선거 부정 주장(2020년 대선 이후)
• 공화당 내 ‘트럼프파’와 ‘비트럼프파’ 간의 갈등 심화
2021년 CPAC에서는 트럼프의 황금색 동상이 등장하며, 그의 지지자들이 CPAC을 트럼프주의(Trumpism)의 중심 행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3. CPAC의 주요 이슈와 논쟁점
CPAC에서는 매년 보수 진영이 관심을 가지는 다양한 이슈들이 논의된다. 주요 논쟁점은 다음과 같다.
(1) 작은 정부 vs. 강한 정부 개입
전통적인 보수주의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지만, 트럼프 시대 이후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보호무역과 산업 정책과 같은 강한 정부 개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 반이민 정책과 국경 보안
트럼프 집권 이후 CPAC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불법 이민 반대와 국경 장벽 건설이었다. 현재도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강력한 이민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3) 대중문화와 ‘각성한 좌파(Woke Left)’ 반대
최근 CPAC에서는 ‘각성 문화(Woke Culture)’에 대한 반발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 성 소수자(LGBTQ) 권리와 트랜스젠더 문제
• 학교에서의 인종 이론 교육(Critical Race Theory, CRT) 반대
• 빅테크(Big Tech) 검열 문제
(4) 미국 대외 정책
• 친이스라엘 정책
• 중국과의 대립 강화(경제 및 군사 분야)
•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화당 내 갈등(전통적 네오콘 vs. 고립주의 트럼프파)
4. CPAC의 국제 확장
CPAC은 이제 미국을 넘어 일본, 호주, 브라질, 헝가리 등에서도 개최되며, 국제적인 보수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1) CPAC 일본
•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일본 보수 세력이 적극적으로 참여
• 중국과 북한 문제, 자유민주주의 가치 강화 등을 논의
(2) CPAC 브라질
•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과의 협력
• 남미 내 보수주의 확산
(3) CPAC 헝가리
•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총리가 보수 진영의 글로벌 협력을 강조
이처럼 CPAC은 단순한 미국 내 보수 행사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보수주의 연대를 구축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5. CPAC의 미래와 전망
CPAC은 미국 보수주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1) 트럼프 이후의 CPAC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CPAC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CPAC은 더욱 트럼프 중심의 행사로 굳어질 것이며, 만약 공화당이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다면 CPAC도 새로운 보수 이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2) 젊은 층과의 연결 문제
현재 CPAC은 주로 중장년층 보수주의자들이 중심이 되어 있지만,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 보수적인 젊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 소셜미디어 및 디지털 플랫폼 강화
(3) 공화당 내 분열과 CPAC의 역할
CPAC은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의 목소리가 강한 행사이지만, 공화당이 보다 중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CPAC의 역할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
CPAC은 단순한 정치 행사를 넘어, 미국 및 글로벌 보수 진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1974년 창립 이후 레이건 보수주의, 티파티 운동, 트럼피즘까지 보수주의의 흐름을 반영해왔으며, 앞으로도 미국 보수 정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CPAC의 미래는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 공화당의 변화, 보수주의의 국제 확장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지금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